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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인터뷰

[인터뷰] “이 병도 또 하나의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 마라톤의 아버지
중화민국 마라톤협회 사무총장
루루이산(盧瑞山) 교수 인터뷰

미담타임즈 김교환 기자 | 100세 시대의 최대 화두는 건강이다. 울산시가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울산시 사회 조사’에 따르면, 울산시민의 60대 이상 연령층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바로 '건강'이었다. 많은 이들이 건강한 노년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올해 4월,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 '대만 마라톤의 아버지'이자 중화민국 마라톤협회 사무총장인 루루이산(盧瑞山) 교수는 이 힘든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올해로 68세인 그는 현재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여 하루 2시간 동안 7~8km를 걸을 수 있다. 

 

루루이산(盧瑞山) 교수는 중화민국 마라톤협회를 창립하고 600회 이상의 마라톤을 주최했으며, 한때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2시간 30분 미만으로 달릴 수 있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지나온 삶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우선 건강을 회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던 교수님께서 갑작스럽게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대만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40년 넘게 마라톤을 해왔습니다. 어느 날 탁구를 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순간, 바로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습니다. 아내가 뇌졸중이 왔다고 말해주었지만 믿기지 않았어요. 체력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한때 전국 3대 마라톤 선수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그 후로 말하는 능력과 삼키는 능력을 상실해 세 달 동안 병상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제 인생이 한순간에 흑백으로 변해버린 느낌이었죠. 하지만 아프고 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내의 헌신과 사랑이 보이더군요. 정말 좋은 아내를 만났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저를 끝까지 지켜주었고, 회복될 때까지 곁에서 함께해 준 아내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꼭 이 사람과 결혼할 겁니다."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장이 제 체격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저를 마라톤 대회에 추천해 줬습니다. 그때부터 연습을 시작했죠. 첫 대회에서 바로 학교에서 2등을 했고,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마라톤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하며 계속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타이난 현 운동회에서 뛰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 마지막 한 바퀴를 돌 때 전력을 다해 달렸는데, 심판이 한 바퀴가 더 남았다고 했어요. 이미 모든 힘을 쏟아부은 상태라 정말 힘들었죠. 친구가 마지막 바퀴라고 응원해 줘서 힘을 내서 달렸는데, 거의 실신할 뻔 했어요. 다행히 의사가 있어서 강심제를 두 번 맞고 깨어났어요.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때 심판의 말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제 의지로 끝까지 달렸죠. 맞았던 강심제는 정말 강력한 약물이었어요. 요즘의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느낌이었달까요."

 

-뇌졸중 이전과 이후에 신체나 마음가짐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요?

 

"신체적으로는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건강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편한 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조차도 점차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오히려 제 정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뇌졸중이라는 큰 고비를 겪고 나니, 이전에 겪었던 문제들이 이제는 사소하게 느껴지더군요. 지금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면, 앞으로 더 밝은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믿습니다."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라톤은 신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남들보다 강한 의지력을 가지게 해줍니다. 끈기 있게 끝까지 견디는 힘을 길러주죠. 마라톤은 의지력과 인내심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입니다. 저는 마라톤이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며, 힘든 순간도 있고 피곤할 때도 있죠. 좋은 순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지만, 이것들은 사회에 적응하라는 일종의 알림처럼 느껴집니다.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극복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저 역시 많은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예전에 마라톤의 그 고통을 견뎌냈으니 이건 별거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마라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건 상이나 돈이 아니라, 바로 의지력입니다. 때로는 상금이 있기도 하지만, 저에게 그것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이번에 병을 겪으면서도 이 또한 하나의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반드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 가족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잘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첫째, 마라톤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 하고, 둘째,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의 변화가 질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양’은 거리를 의미해요. 처음에는 2km, 3km, 4km, 5km처럼 천천히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라톤은 42.195km라는 긴 거리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달리거나 한꺼번에 많은 거리를 소화하려 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인 사람이 걸을 때 관절이 70kg의 무게를 견디지만, 달리기를 하면 몸이 공중에 떠야 해서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2배에서 3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관절에 큰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좋은 신발을 착용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해요. ‘질’은 강도를 의미하는데, 속도를 서서히 높여가야 하며 한꺼번에 빨라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먼저 2km, 4km, 6km씩 점차 늘려가고, 그 단계가 잘 되면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거군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2,000m를 15분에 뛰었다고 하면, 그다음 목표는 10분에 뛰는 겁니다. 트랙 5바퀴를 돌며 매 바퀴를 2분에 뛰는 식이죠. 그다음 훈련에서는 3,000m를 뛰면서도 매 바퀴를 2분에 맞추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거리와 속도에 익숙해지면, 그다음 단계에서는 강도를 올려 바퀴당 1분 58초로 목표를 조정하고요. 10km를 뛸 수 있을 때쯤 되면 상당한 지구력이 생긴 상태이므로, 이후에는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합니다. 바퀴당 1분 56초, 1분 54초, 1분 52초로 점점 빠르게 뛰도록 훈련하는 거죠. 이것이 바로 양의 변화가 질의 변화를 이끄는 과정입니다. 반드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대만에서는 갑자기 무리해서 많이 뛰는 아이들이 많은데, 성장기 아이들이 무리하게 달리면 발육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예전에 '쑤쯔닝'이라는 아이가 그 예였고, 그로 인해 대만에서는 12세 이하 아이들은 마라톤을 뛸 수 없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쑤쯔닝을 위한 특별 규정이죠."

 

"쑤쯔닝이라는 아이는 제가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아이입니다. 그의 아버지와 저는 친구였고, 아버지께서 달리기를 아주 좋아하셨죠. 하지만 쑤쯔닝이 세 살 때부터 운동장에서 30바퀴를 뛰게 했는데, 그 거리는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그의 몸이 구부러지게되었고, 그의 달리기 인생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어요. 비록 전국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신체와 정신에 큰 손상을 입어 평생 후유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생이 마라톤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인생은 마라톤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과 좌절을 겪게 되죠.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포기하기도 하지만, 마라톤을 통해 훈련해 보면 강한 의지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과거에 그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견딜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작은 좌절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버티다 보면 반드시 미래가 열린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라톤을 끝까지 뛰어야 하듯이, 인생도 끝까지 견뎌야 하네요.

 

"운동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야 합니다. 도중에 그만두지 말아야 해요. 공부도,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는 사회에서 마주칠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보지 못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직장에 나가면 상사가 몇 마디 꾸짖었을 때 기분이 나빠져 일하기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마음가짐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마라톤을 뛰다 보면 '데드 포인트(Dead Point)' 즉,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옵니다. 30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지쳐서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 순간을 이겨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고 더 편하게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마라톤은 정말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마치 새롭게 기운이 솟아나는 것처럼 느껴져, 점점 더 잘 달릴 수 있죠. 달리기를 통해 단순히 외적인 체력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한국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 이봉주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올림픽에서는 2위를 차지한 훌륭한 선수입니다. 그 역시 한 단계씩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에게 첫 번째로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그 방향으로 발전시키라고 권장합니다. 흥미가 없다면 끝까지 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있어야 끝까지 지속할 수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운동이든 학문이든 마찬가지로, 흥미가 있어야 몰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어린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코치들은 성과를 내야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과도한 훈련을 시키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먼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발전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운동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운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게 하면 됩니다. 공부와 운동을 균형 있게 하면서 자신의 흥미를 따라 발전시키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종종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루루이산(盧瑞山) 교수

현 중화민국 마라톤 협회 사무총장이자 대만국립체육대학교 겸임교수, 국제청소년연합회(IYF) 타이완 지부 대표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중화민국 마라톤협회를 창립하고 600회 이상의 마라톤 경기를 주최해 '대만 마라톤의 아버지'라고 불리우고 있다.